아래는 제가 실제로 시험관 시술을 겪으며 기록한 과정입니다. 준비부터 배아 이식, 대기 기간까지 현실적인 일정과 정보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시작 배경
결혼 3년 차, 자연임신 시도 1년이 지나도 소식이 없어 난임 클리닉을 찾았습니다. 기본 혈액검사, AMH, 자궁·난소 초음파, 정액검사를 거쳐 의사와 상의 끝에 시험관(IVF)을 선택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통제 안 되는 시간을 지나며 기록이 큰 도움이 되었기에, 제 흐름을 그대로 공유합니다. 병원·체질마다 차이가 크니 참고용으로 읽어주세요.
전체 일정
- 생리 2~3일차: 기저 초음파, 호르몬 검사, 과배란 주사 시작
- D3~D10: 과배란 유도 주사 매일, 중간 채혈·초음파 2~3회
- D10~D12: 터짐주사(배란 유도), 난자 채취
- 채취+1~5일: 수정·배양, 배아 등급 안내
- 채취+3 또는 +5일: 배아 이식(신선), 또는 동결 후 다음 주기 이식
- 이식+9~12일: 혈액 임신 테스트(β-hCG)
과배란 유도: 매일의 루틴
첫 과배란 주사는 솔직히 무서웠지만 2~3일 지나니 루틴이 됐습니다. 배에 짧은 바늘로 놓는 자가주사라 통증은 따끔한 정도였고, 더부룩함과 피로감이 동반됐습니다.
- 주사 시간: 매일 같은 시간대 유지가 관건
- 중간 점검: 난포 크기(보통 18mm 전후 목표)·에스트라디올 수치로 용량 조절
- 팁: 배를 살짝 꼬집어 각도 45~90도로 빠르게 찌르고 천천히 주입
난자 채취 당일
정해진 시간에 금식하고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간단한 수면마취로 진행되어 통증은 거의 없었고, 회복실에서 1~2시간 안정을 취했습니다.
- 제 채취 결과: XX개 채취(개인차 큼), 귀가 후 생리통 같은 묵직함
- 주의: 물 충분히 마시기, 무리한 활동 금지, 극심한 복부팽만·호흡곤란 시 즉시 병원 연락
- 남편 역할: 같은 날 정액 채취 or 사전 동결 사용
수정·배양 과정: 가장 긴 하루들
채취 이튿날, 수정 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제 경우 일반 IVF와 ICSI를 혼합했고, 수정률은 절반 남짓이었습니다. 3일 배양과 5일 배양(블라스토시스트) 중 의사와 상의해 5일 배양을 택했습니다.
- 배아 등급: 숫자·문자 조합으로 품질 표시, 등급이 전부는 아님
- 동결 여부: 과배란 반응이 과했기에 일부 동결 보존
배아 이식 당일
이식은 마취 없이 10분 내외로 끝났습니다. 복부에 힘을 빼고 초음파로 배아 위치를 확인하며 진행합니다. 순간은 짧지만 감정은 벅찼습니다.
- 이식 후 관리: 일상생활 가능, 격한 운동·사우나·음주는 피함
- 약물: 유산 방지용 황체호르몬(질정/주사) 꾸준히
- 마음가짐: 몸은 평소처럼, 마음은 가볍게가 제 최선이었습니다
2주 대기 기간(이른바 2WW)
가장 힘든 시간은 기다림이었습니다. 배뭉침, 미열, 유두통 등은 약물 부작용일 수도 있어 증상에 과몰입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 제가 한 루틴: 가벼운 산책, 미지근한 물 충분히, 카페인 절반으로 줄이기
- 테스트: 조급한 얼리테스트 대신 병원 혈액검사를 기준으로 판단
부작용과 대처
- 과자극증후군(OHSS): 복부팽만·체중 급증·호흡곤란 시 위험. 물·전해질 섭취, 증상 심하면 병원
- 주사 부위 멍·통증: 얼음찜질, 부위 로테이션
- 감정 기복: 파트너·친구와 감정 일지 공유가 큰 힘이 됨
비용과 성공률
비용은 병원·약제·배양일수·ICSI 여부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제 경우 1차 사이클 기준 검사·약·시술·동결까지 합산해 수백만 원대가 들었습니다. 성공률은 연령, 배아 단계, 자궁 상태에 따라 달라지며, 같은 사람도 사이클마다 결과가 달랐습니다. 한 번에 결과가 나지 않아도 다음 사이클에서 좋은 배아·내막 타이밍을 만나기도 합니다.
준비물 체크리스트
- 신분증, 동의서, 보험 관련 서류
- 자가주사 키트, 소독솜, 샤프스통(바늘 폐기용)
- 루즈한 복장, 얇은 가디건, 따뜻한 양말
- 생수, 전해질 음료, 소화 잘 되는 간식
- 생리대(채취·이식 당일 소량 출혈 대비)
자주 받은 질문
- 운동해도 되나요? 가벼운 걷기·스트레칭은 괜찮았고, 점프·무산소 고강도는 피했습니다.
- 커피 마셔도 되나요? 저는 하루 1잔 미만으로 제한했습니다. 병원 권고를 따르세요.
- 회사 병행 가능할까요? 과배란 기간은 가능했지만 채취 전후와 이식 당일은 반차/연차를 썼습니다.
- 실패했을 때 어떻게 버텼나요? 결과 날만큼은 약속을 비워두고, 울고, 자고, 다음 계획은 최소 이틀 뒤에 세웠습니다.
이 글은 제 경험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치료 결정은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시길 바랍니다. 같은 길을 걷는 모든 분들께 조용한 응원을 보냅니다.